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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일, 전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동료 개발자의 퇴사소식이 들린다. 마음이 무척 심란하고, 특히 몇년동안 사내에서 얼굴을 봐온 동료의 퇴사 소식에는 진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이런 와중 누군가 내게 묻는다. 너는 힘들다고 하며 왜 여기에 계속 있냐고 말이다. 또 누군가는 내게 조언한다. 너는 타성에 젖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음으로 인해 개발자로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이다. 그 외에도 많은 얘기가 있다. 그런데, 이런 얘기는 모두 개발자로써 하는 고민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최근 경험한 대화를 기초로 해 개발자로 자주 고민하고 되는 주제인 이직과 경쟁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이직 혹은 이동에 대한 생각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직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현재의 환경에서는 할 수 없어 부득불 이직을 하는 것이다. 반대로 가급적 피하고자 하는 이직은 현재의 일이 너무 싫어서 이를 피해 새로운 환경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개발자 경력 중 이직을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비슷한 점이 많은 팀 이동은 많이 해보았다. 지금 생각나는 것만 해도 약 3~4 차례 팀 이동이 있었다. 나는 그때마다 파랑새를 꿈꾸었다. '여기는 정말 아닌 것 같다. 봐봐. 저쪽팀은 사람이 너무 좋아보여. 정평이 난 인품 봐봐. 환경도 굉장히 자유롭네? 그래, 결심했다. 여기서 구질구질질하게 스트레스 받으며 내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가보자.


결과는 어땠을까? 안타깝게도 파랑새를 찾은 경험은 없다. 막상 이동을 해보면 외부에서 보이던 장점이 허구였던 적도 있고, 실제로 장점이 있더라도 그 장점을 덮을만한 단점이 더 많은 때도 있었다. 그럴때면 내 잘못된 선택에 괴로웠고, 다시 다음 파랑새를 찾아보곤 했다. 그런데 파랑새를 찾는 경험이 반복되며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침착하게 상황을 되돌아보며 자연스레 "혹시 내가 잘못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아무리 좋아보이는 곳을 가도 나는 만족하지 못했으며, 계속해서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이 아닌 내게 초점을 맞춰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어떤 어려움이 생기면 대게 외부 환경 중 하나를 비난했다. 예를 들어 내 자신과 관리자와의 업무 관계에서 어려움이 생기면 관리자를 비난했던 것이다. 대게 나는 관리자가 잘못했다고 믿었고 관리자가 변화하길 바랬다. 그러나, 이제는 관리자를 지금 그대로 인정해보았다. '관리자는 저럴만한 사정이 있다. 그런데, 난 어려움이 있다.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의 전환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문제가 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소한 어려움이 생겼을 때 비난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와 같이 태도를 바꾼 후 내 자신이 긍정적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강하게 느꼈다. 예전이라면 불평불만 할 상황에서 오히려 더욱 고민하며 전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점점 더 단련되고 성숙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 개인적 경험에서 이런 시도는 좋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열심히 해보았지만 언제부터인가 결과는 안 보이고 내 자신만 너무 지쳐갔다. 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느껴졌던 것이다. 이렇게 되자 다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환경을 탓하며 파랑새를 꿈꾸던 시절이 극단이었다면, 환경을 제외하고 내 자신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또 다른 극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로 박지성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환경에 대해 불만을 터트리지 않는다. 오히려 감독, 팀 상황 등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런 환경에서 본인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한다. 예로 감독이 선발출전을 시키지 않을 때 어떤 선수는 감독에게 불만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선수는 언젠가 올 기회를 준비하며 더욱 몸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한다. 그런데, 이 선수가 일년 전 팀을 옮긴 후 본인은 특별한 변화가 없음에도 부진한 상태이다. 아마 팀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한편 부진하던 선수가 팀을 바꾼 후 모두가 놀랄만한 결과를 보여주는 때도 잦다. 이런 사례들를 볼 때 환경과 개인의 조화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나는 이상적인 이직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나, 실제 현실에서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이직을 생각하는 때가 잦은 것 같다. 실제로 많은 동료들이 후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떠나갔다. 몇 개월 뒤 동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내간 느낀 것처럼 역시 파랑새는 없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어려움이 생기고 그에 따라 새로운 국면에서 씨름하게 될 뿐이다. 따라서 이직이라는 것은 파랑새를 찾는 방법으로 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그것보다는 본인이 현재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어려움을 헤쳐나가 보았음에도 도무지 만족스럽지 않을 때 나에게 좀더 잘 어울리는 환경을 찾는 방법으로 보면 어떨까 싶다. 좋고, 나쁜 환경이 아닌 본인에게 어울리는 환경 말이다.


2. 개발자 경쟁력에 대한 생각


난 개발자는 계속해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속 발전해야 개발이 계속 즐거울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개발을 하며 느낀 점이 있다. 바로 처음에는 경이롭고 신선한 개발적 경험이 시간이 지나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단순 노동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발전을 할수록 여러 가지 즐거움이 많아진다. 적절한 곳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즐거움이 생길 수도 있고, 오랫동안 사용해온 기술이라도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해 사용해보다 즐거움이 생길 수도 있다. TDD를 통해 색다른 즐거움이 생길수도 있고, 가독성 높은 코드를 위한 노력을 하며 일상의 업무에 예기치 않은 기쁨과 보람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위에서 이직에 대해 얘기한 것처럼 환경으로 인한 영향력은 피하기 어려운 편이라고 생각한다. 예로 내 상황을 생각해본다. 나는 지난 몇년 간 일상적인 업무가 일상적인 업무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왔다. 그럼에도 돌아보면 나는 내가 일하는 주요 환경이라 할 수 있는 '포털 서비스 개발'이라는 환경을 뛰어넘지 못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난 게임에서 필요한 그래픽 프로그래밍에도 관심이 있지만, 지난 몇년 간 이런쪽의 자료를 거의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 고민의 대부분은 '포털 서비스 개발'에 속해있었고, 이곳에서 생기는 주제만 가지고 고민하고 또 고민해봐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보며 누군가가 해준 조언인 '타성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에 대해 다시 고민해본다. 정말 나는 한곳에 오래 있음으로 인해 타성이 생기고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걸까?  벤처 회사에 가서 게임 개발을 하게 되면 문제가 해결될까? 나로써는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 한번 상상해본다. 난 3D 클라이언트를 맡아 생전 처음으로 그래픽 프로그래밍을 하게 된다. 아는 것이 없어 너무 어렵다. 열심히 공부하고 또 공부하며 코드를 조금씩 작성해 나간다. 어려움이 많지만 즐거움도 많다. 그래픽 분야에 대해 많이 알아가며 발전을 하고 있는게 강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동안 내가 쭉 고민해왔던 포털 서비스 개발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쪽도 발전이 있을까? 어쩌면 그래픽 프로그래밍이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 기존에 고민했단 포털 서비스 개발에 대해 영감을 주어 모든 분야에 걸쳐 더욱더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는 이상적인 상황이고 현실적으로는 포털 서비스 개발에 대한 고민을 잃어버린 채 그래픽 분야에 대한 발전만 있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이렇게 된다고 가정하면 난 개발자로써 더 발전한 것일까? 만약 그냥 포털 서비스 개발에 대해 계속 고민하며 그쪽 분야에서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게 되면 그것도 발전한 거 아닌가? 잘 모르겠고 확신할 수 없다. 너무 많은 상황이 있을 것 같다.


사실 내가 겪는 확실한 문제는 점점 개발의 즐거움이 적어진다는 점이다. 즐거움이 적어짐과 동시에 발전도 더뎌지고 있다. 즉,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발전을 원하는 개발자로에겐 매우 치명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원인이 무엇일까? 누군가 조언한 것처럼 타성 때문일까? 예전에는 분명히 내 개인의 노력을 통해 어느정도 개발의 재미가 생기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에 이르러선 이런 재미가 많이 없어졌다. 개발에 대한 열의가 떨어져서 일까? 그렇다면 열의는 왜 떨어질까? 나이가 듦에 따라 자연스레 떨어지는 것이라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어떤 요인으로 인해 떨어지는 것이라면 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분명한 것이 있고 분명하지 않은 것이 있다. 분명한 것은 내가 개발자로써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분명하지 않은 것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다. 확신할 수 없기에 무엇인가 결론을 내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기에 뭐라도 시도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이 문제를 좀더 탐색하기 위해 탁상공론 하기 보다는 내 자신을 과감히 새로운 환경에 던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후 불안한 마음과 낯섬을 느끼며 새롭게 시작하는 내 자신을 관찰해 본다면 이에 대한 답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는 꽤 오래된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시도든 적극적으로 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정리


글을 쓰다보니 각 주제는 참 복잡하다고 느껴진다. 예전 페이스북에 너무 많은 통찰은 결정을 방해한다는 글을 쓴적이 있다. 그런데, 나 역시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자바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있다. 당시 C++과 자바 사이에서 어떤 것에 시간을 더 투자해 공부할지 고민했었다. 나는 지식도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더 마음이 내켰던' 자바를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생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음에도 빠르게 결정 했었다. 이 결정은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매우 잘한 결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어쩌면 위 문제도 직관을 믿고 과감히 행동함으로써 해결해야하는 종류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차민창
르세상스 엔지니어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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