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르네상스 엔지니어라는 말을 들었던 것은 2010년 정도로 기억해. 당시 글쓰기 교육을 받게 되었는데, 교재 내용 중 르네상스 엔지니어라는 단어가 나오는거야. 왠지 모르게 예전부터 '르네상스'라는 단어를 들으면 뭔가 멋진 느낌이 들었어.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천재가 연상되어서였을까? 글쓰기 교육에서 르네상스 엔지니어를 언급한 것은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어. 엔지니어 혹은 개발자라고 해서 단지 코딩'만'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었어. 난 예전부터 글쓰기를 좋아했었고 글 쓰기에 대한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했어.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며 르네상스 엔지니어에 대해서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아. 물론 큰 인상을 받았지만 너도 알듯이 난 워낙 관심사가 자주 바뀌어서 말이야. 오히려 새로운 화두가 마음을 사로잡았어. 최근 한 3~4년 사이에 나는 '개발자'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어. 발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발이 더 재미없어지는거야. 위기감을 느꼈어. 혹시 이러다가 개발을 못하게 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하루에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보내는데 재미가 없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어. 물론 너는 일은 단지 일이라고 생각하니 공감 못할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왜 재미가 없어지는지 생각해봤어. 생각나는 것이 여럿 있었지만, 뾰죽한 해결방법은 찾지 못했어. 그러던 어느날이었어. 내가 일하는 환경에서 내가 뭔가 주도적으로 일을 할 기회가 있었어.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진행을 한 일이있어. 일의 결과를 바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이 때 뭔가 새로운 느낌을 받았어. 내가 한 일에 대한 결과를 보려고 준비하는데 너무 즐겁고 마음이 조금은 떨리는거야. 이런 느낌은 참 색다른 느낌이라 그날 페이스북에 이 느낌을 정리하며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어.


당시 내가 내린 결론은 단지 남이 시킨 일을 하지않고 내가 계획한 일을 스스로 실행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 그래서 만약 내가 사장이라면 좀더 일을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너도 알겠지만 사장이 되는 것은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잖아. 아무튼 이런 것을 느끼고 난 후부터 사장이 되지 않고도 어떻게 하면 일을 재밌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기 시작했어. 결국 문제는 내가 일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어. 회사 일이라도 마치 내 일처럼 하면 즐거울 것 같아서 말이야. 현실적으로 이런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었던거야.


하지만 쉽지 않더라고. 점점 지쳐갔고 결국 회사를 관두게 된거야. 회사 그만둔 것을 전화로만 얘기해서 자세히 얘기할 기회가 없었는데, 결국은 이런 과정을 겪으며 회사를 그만둔거야. 그냥 뭐랄까, 누군가가 나한테 일을 막 시켜. 그런데 난 왜 해야하는지 공감도 잘 안 되고 왜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거야. 재미도 없고 싫지. 물론 회사를 그만두어도 딱히 대안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 일단은 그만두고 생각을 해보려고 했어. 너에게 이런 고민에 대해 편지로 전할 욕심도 있었고 말이야. 아, 그러고보니 르네상스 엔지니어 얘기를 하다가 이 얘기가 나왔었구나.


응, 결국 난 일에 재미에 대한 고민에 대한 돌파구로써 르네상스 엔지니어를 생각해보고 있어. 처음 이 단어를 만드신 분이 생각한 의미가 있어. 그 의미에 대해 설명한 글을 보면 결국 맥락은 아까 얘기했듯이 개발자가 그냥 코딩만 하면 안 된다는거야. 예를 들어 사회적인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다른 분야에 사람들과 협력을 잘할 수 있어야 하고, 도덕적이어야 하고 이런 것이야. 결국 개발자는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고 그래야 마땅하다는거야.  여기에 '재미'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나는 사실 이런 방향이 재미랑도 큰 연관이 있다고 봐.


왜냐하면 앞서 내가 스스로 계획한 일을 했을 때 즐거웠다고 했잖아? 그렇다면 내가 좀더 넓은 영역. 그러니깐 더 많은 책임을 가지고, 내가 더 많은 것을 계획하거나 관여하면 어떨까? 아마 일이 더 즐거워지지 않을까?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어. 그런데 그 일을 그냥 누가 시켜서 하는 때랑, 내가 그 일을 해야할지 결정을 같이해서 하는거랑 차이가 많이 있다는거야. 당연히 내가 결정에 관여하거나 혹은 직접 결정했을 때 훨씬 일이 재밌다는 것이고.  그래서 결국 르네상스 엔지니어를 추구하다 보면 재미도 더 많이 있을 것 같은거야!


그런데 냉정하게 따져보면 지금에 나로써는 그렇게 일하는 게 좀 말이 안 되기도 해. 왜냐하면 뭔가 결정하거나 관여를 하려면 그에 걸맞는 능력이 필요하잖아? 예를 들어 나한테 큰 사업의 방향을 결정하자고 하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없어. 아마 나는 십중팔구 큰 도움이 안될거야. 그래서 나는 개발 뿐 아니라 더 많은 실력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사업적인 흐름을 보는 안목이든 다른 직군과의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든 말이야. 아! 무엇보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만들잖아? 그러니깐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도 많이 필요할 것 같고.


사실 예전에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뭔가 두근두근 했어.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해보니깐 이게 쉽지는 않더라고. 지금 내가 하는 개발만 해도 과도기적인 산업영역이라 많이 바뀌거든. 매일 매일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사실 이거 따라잡는 것도 쉽지는 않아. 게다가 내가 개발을 엄청나게 잘해서 이제 개발을 그만 공부해도 되는 상황도 아니거든. 결국 고민 끝에 현실적으로 취하고 있는 것은 열린 마음 전략이랄까? 이런거야. 그러니깐 항상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는거야.


예전에 회식을 할 때 개발 얘기가 나오면 나도 참여를 해서 열심히 듣고 때로 열심히 말하곤 했어. 내 관심 주제였으니깐. 그런데 반대로 관심이 없는 정치 얘기 등이 나오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듣거나, 혼자 공상을 하곤 했어. 되돌아보면 그 때 내가 좀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그런 대화를 통해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 작년정도부터 몇 가지 실험을 해봤어. 예를 들어 기획자랑 얘기할 때 그들이 업무영역에서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들어보는거야. 그랬더니 대화도 훨씬 즐거웠고 배울 것도 많다고 느꼈어. 그러면서 안목도 넓어지는 것 같았고.


한편 무엇이든 다양하게 읽어보고 있어. 예전에는 "배운다"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을 때면 그 책은 항상 개발에 관련 된 책이었어. 그런데 요즘에는 "배운다"라는 마음으로 역사, 고전 소설, 과학, 정치 뉴스 등 예전보다는 좀더 넓게 읽어보고 있어. 물론 내가 역사를 본다고 얼마나 알겠고, 과학을 본다고 해서 얼마나 이해하겠어? 그럼에도 내가 기본적으로 당연히 잘해야 하는 개발과 더불어 이런 지식 혹은 이해를 조금씩 갖춰나갈 때, 아까 기대한 대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소양이  점점 늘어날것이라는 기대가 있어. 


최근 너네 회사가 어렵잖아? 그래서 고생 많이 하고 있는 데 이런 얘기를 하니 좀 미안하기도 해. 뭔가 배부른 얘기 한다고 생각할까봐 걱정되는거야.  실제로 그렇기도 한데, 그래도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 각자의 상황에서 각자 다른 고민이 있는 것이라 너그러히 생각해주면 어떨까 싶고. 그래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네가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나중에 이런 고민을 잘 해결하고 네게 다시 즐거운 내용으로 편지 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요즘 비가 많이 오는 데 건강관리 잘하고, 요즘 준비하며 시간 많이 쏟고 있다는 실사준비도 잘 되길 바랄게.

2014/06/11 민창


WRITTEN BY
차민창
르세상스 엔지니어가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상상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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